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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1 내일이란 정말 멋진 선물일까?


TOMORROW

저자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출판사
바다출판사 | 2011-06-1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하루하루를 즐기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위한 ‘내일’이라는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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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고심한 건 아니지만,
나도 꽤 흥미로운 결론 하나를 얻었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지.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과 기다리지 않는 사람.

물론 여기에도 세 번째 부류가 있는데,
그건 ‘빨리 내일이 지나가고 모레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난 그 부류에 속한 사람을 딱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어.

“오늘 술을 마시면 내일은 괴롭지만 모레는 행복해질 거야.”
하지만 그는 ‘내일’ 또 술을 마실 테고,
그래서 그가 기다리는 ‘모레’는 영원히 오지 않는 거지.

그의 이야기에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어.
우린 모두 ‘오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지.
그건 다시 말해 우린 ‘어제’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거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원인에 따른 결과,
인과응보.
뭐 이런 것.

만약 어젯밤에 설거지를 하지 않고 그냥 자버렸다면 오늘 그걸 해야 해.
어제 미뤄둔 숙제가 있다면 오늘 해야 하는 거고.
어제 누군가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면 오늘 사과해야 하지.

그런 일들을 대신 해주는 사람은(물론 요정 같은 것도) 없어.
설사 누군가 대신 해주었다고 해도, 무엇으로든 갚아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 외상을 지면, 내일 갚아야 한다는 거지.
게으른 주제에 욕심만 잔뜩 부려서 이것저것 일을 벌여놓은 사람에게
내일은 희망이 아니야.

두근거리며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따로 있지.

내일이 마침 월급날인 사람들(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약속이 있는 사람들(그동안 공들인 결과지),
내일쯤이면 김치가 딱 알맞게 익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사나흘 전에 정성껏 김치를 담갔으니까),

그리고 이건 내 경우인데,
오늘 하루 바짝 일을 하고 나면 내일은 오랜만에 좀 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
(그래서 지금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복권을 사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 기대가 이루어질 확률이란 건 너무나 터무니없이 낮으니까 거론하지 말자고.

그러니까,
내일이라는 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를 선물이다, 라는 말은 틀렸어.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나, 포장하는 것도 나 자신이니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풀어보는 것도 나지.
멋지다면 멋진 일이야.

만약 내일이 오늘과 완전히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은 정말 무의미한 것이 될 테니까 말이야.


+ 이 글은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가 쓰고 제가 번역한 <The Blue Day Book Series> 중 <내일은 더 멋질 거야; 원제는 Tomorrow>에 실린 역사 서문입니다. 2005년 4월에 우리나라에서 번역서로 출간되었습니다.

- 황경신, 시에나의 시에스타

Posted by Watari Yu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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