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최근들어 계속해서 매일 밤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석하시는 또 인터넷으로 지지 보내시는 여러분들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시위대의 무리한 청와대 행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행진을 주장하시는 분들의 주장을 들어 보면,

"우리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하기 위해서다. 이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우리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니 청와대로 가려는 것 뿐 청와대에 가서 난동을 부리려는 것은 아니다"가 주된 내용 같습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청와대 앞에 가서 외쳐서 들을 놈이라면 시청에서 외쳐도 들을 놈입니다. 애초에 남의 말을 듣는 인간이 아닌 겁니다. 오늘 이야기 한 거 들으셨죠? 아직도 친북좌빨이랍니다. 재협상은 없답니다. 6.10항쟁 특별집회 때 인원보고 행동을 취한다는데 여전히 꼼수만 부리려 한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을 두려워 한다? MB가 그럴 것 같습니까? 시위대 100만 명 모아서도 전 힘들거라 보고요. 최소 300만 명 정도 모아서 정말 지겹게 도심에서 꾸준히 하야를 촉구해야 조금 움직일 거라 봅니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니까 크게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튼 단 기간에 뭔가 결과를 보겠다고 나서면 우리의 확실한 패배입니다. 이 싸움은 매우 길고
또 지루한 장기전이 될겄이고 그렇게 되야 합니다. 이미 우리의 주장은 쇠고기 문제에서 독재정권 심판으로
옮겨 갔고요,
이것은 곧 이명박의 주요 정책 공공재 민영화와 한반도 대운하 전면 백지화도 동시에 뜻하는 겁니다.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지만 이 것이 조금 회의적인 것이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거죠. 끌어내린 후 누구를 다시 그 자리에 앉힐지도 걱정이고 이것이 국제사회에 비춰질
모양세도 썩 좋지는 않겠죠. 정말 대책이 안섭니다. 정말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이게 뭔 짓인지...

아무튼 2메가 정부를 향한 우리의 싸움은 마라톤이고 우리가 패배하면 사실상 그것으로 끝입니다.
국회도 과반수 이상이 파란 깃발, 또 다른 선택이란 없습니다. 무조건 민심이 천심이라는 거 보여줘서
최대한 정부의 정책을 견제해야만 하는 겁니다.

우리의 패배는 무엇입니까? 국민적 지지를 잃어버리는 겁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민심을 최대한 촛불집회로 이끌어 내는 겁니다. 우리가 밤새 촛불 들 때 아직도 이 일이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양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람들 거리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현재 규모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처럼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편가르지 않고 10대와 70대까지 폭넓은 다양한 계층이
편가르지 않고 모두 능동적으로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촛불시위가 토론의 장, 대화의 장, 문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위하면 '쇠파이프, 최루탄, 죽창' 같은 폭력적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것을 바꿔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더 대중적인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버스 끌어내리고 청와대 진입시도 하는 거 별 문제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적 눈높이에서 보면 그것 조차도 충분히 폭력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지금 대화해야 하는 상대는 대통령이 아닙니다. 대통령하고는 대화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확신하고요, 이 사람은 대화가 통할 생명체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대화해야 하는 건 여전히 시위대의 진위를 의심하고 있는, 또 시위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저도 얼마전만 해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을 광장으로 이끄는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을 설득하는 일 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고 더 의미있는 일입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시위대만큼 강력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아직 시위대가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막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반응하고 있는 단계라 생각하고 그래서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일부 단체와 정의감 충만한 대학생 청년들 중고등학생 어른들이 아니라 정말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가 이뤄지는 시위대여야 가능하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우리의 마음을 냉정하게 바꿔 공권력과의 마찰은 최소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여자친구와 함께 촛불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시위대로 끌고 나왔어도 아직 여자친구를 시위장소로 데리고 오지는 못하겠습니다. 불안합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여자친구 지켜줄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으리라 봐요. 나는 갈 수 있어, 그러나 엄마한테는 숨겨야지! 제 주변에 그런 친구 많이 봤어요, 부모님에게 숨기고 촛불드는 친구들... 왜 우리의 주권 우리가 행사하는데 부모님에게 떳떳하지 못합니까? 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합니까? 오히려 그들로부터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봅니다. 정말 우리만의 잔치가 안 되게 하려면 말이죠.

현실적으로 청와대 진출은 어렵다고 봅니다. 버스 몇 대 끌어낼 수 있겠죠. 그러나 그러면 가만히 있을 경찰들이 아닙니다. 폭력진압은 바로 이어질꺼고 그러면 수많은 부상자 최악의 경우 정말 사망사건도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계속 비폭력 평화시위를 지금처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건 이명박이 제일 노리고 있는 거죠.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변하는 거, 그러면 조중동은 때는 이 때다 여겨서 시위대를 폭도라 부르게 될 것이고 그러면 촛불시위는 다시 국민들로 부터 싸늘한 눈총을 받게 될겁니다.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겠죠. 그러면 우리는 끝인 겁니다.

다시 그 어떤 정책이 나와도 촛불을 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과 같은 지지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힘들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이 중요한 때입니다. 정치를 못한다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정치를 못한다고 봐요. 우리도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국민이 촛불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수준에 맞춰서 우리의 구호와 움직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저도 아직 젊고 누구보다 격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매일 밤 드는 촛불의 의미를 잘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습니다. 우리가 패배하고 실수할까봐 그래서 이명박이 제 멋대로 심시티 해버릴까 두렵습니다. 혈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냉철한 머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처음 집회에 참여한 지난 목요일 많은 사람들이 가두 행진 후 삼삼오오 모여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도로에 앉아 함께 어울리는 모습, 이것이야 말로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하는 대한민국만의 시위문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지하지만 또한 즐길 수 있는... 뜻을 같이 한다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하필 요즘 일기가 좋지 않습니다. 내일도 비가 올 수 있다는데 우리의 촛불, 국민의 뜻이 관철되는 그 날까지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원본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755759

Posted by Watari Yu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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